이제 가을인가 봅니다, 출근길이 제법 선선해졌더군요.
(이거 시작이 무슨 방송부에서 쓰는 멘트같네요;;)
계절이 바뀌려니 기분이 제법 센치해지나 봐요. 가을 바람도 살살 불어오는데
마침 '바람의 나라' 의 다음 권도 준비중이고(반가운 소식이죠?^^),
오늘은 제 맘대로 '바람의 나라'에서 '만남과 헤어짐 Best 3'을 꼽아봤습니다.
굳이 이유를 대라면 여름 지나고 가을이 온 기념이랄까.
가끔 감상적인 포스트도 괜찮지 않나요? ^^
자, 바로 가봅시다.
기나긴 '바람의 나라'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만남 BEST 3 !!
1. 무휼 & 연이 "쪽♡"

모두가 예상하셨을 이 커플의 만남.
바람의 나라 중에서 어쩌면 유일하게 달달하고 포근한,
가장 행복한 한 때입니다.
요즘 애들 나이론 초등학생 때 만나 중학생 때 이미 부모가 되어버린,
순진하게 보여도 할 건 다하고 있던(;) 진정한 커플.
(첫 만남에 바로 뽑뽀를 시도하는 무휼이 벌써 그 조짐을 보여줍니다-ㅂ-)
짧은 평생이나마 오직 서로를 가슴에 품었기에
바람의 나라 최고의 한쌍, 최고의 만남으로 선정.
2. 호동 & 병아리 "그앤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요."
미우나 고우나 떨어질 수 없는 운명, 신수(神獸).
마치 소꿉친구처럼 어린 시절 만나
온갖 미운 정 고운 정 들이며 사건사고들을 겪고 함께 자라게 되는 이들은
아버지 무휼의 살벌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이어지는 질긴 끈을 보여줍니다.

원래 소꿉친구라는 게 그렇죠.
안 맞았던 부분도 싫었던 부분도
하도 오래 같이 지내, 이미 익숙해져 버리고
말 없어도 통하고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그런 사이.
더 좋은 친구가 나타나도, 애인이 생겨도
오랫동안 만나지 않더라도 헤어지지 못하는,
이미 나와 한 몸인 것만 같은 게 오랜 소꿉친구입니다.
호동이의 외로움을 가장 잘 아는 병아리는
결코 호동을 떠날 수 없으며, 호동이도
병아리를 놓아줄 수가 없습니다.
그 존재가 사랑하는 아버지와의 마찰을,
나아가 자신의 죽음을 예고해도요.

친구는 또 하나의 나입니다.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가졌지만 하늘이 맺어준 일생의 친구,
호동과 병아리 둘의 만남이 best 2~
3. 호동 & 사비 "사랑해요."

사비는 달빛 속의 호동을 훔쳐보고 한 눈에 반했습니다.
정식으로 인사를 갖추기도 전,
이 한 번의 만남이 그녀를 흔들어 놓았지요.
흔들려 버린 결과는?
아직 책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바로 낙랑의 멸망입니다.
낙랑의 그 어느 누가 뒷방의 공주님,
정비 소생도 아니고 젊어 죽은 후궁 소생의 철없는 이 공주님이
나라의 멸망까지 불러울 단초가 될 줄 알았겠습니까.
그녀는 이 열병같은 첫사랑으로
자기 위치의 서러움도 새삼 깨닫고,
자기 운명의 빤함도 새삼 깨닫고,
오랜 꿈에서 깬 아이처럼 세상을 달리 보게 됩니다.
공주로서의 의무를 강요하는 올케 소치마마에게
날카롭게 말대꾸하는 사비의 모습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닙니다.
슬픔과 허무와 악에 받친 심정을 아는 한 여인,
그래도 호동을 향해 사랑한다고 말해보는,
그것이 사비의 성장입니다.
호동을 향한 그 마음이 그녀를 자라게 했나 봐요.
많은 이야기에서 소녀의 성장은 늘 조금 슬픈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바람의 나라를 이끌어갈 요소가 될 그녀,
사비와, 호동과의 첫 만남이 best 3 !
이 세 만남은 바람의 나라 전체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포인트들이기도 합니다.
이 세 쌍들은 만남 후에 지독한 파란들을 겪었거나, 앞으로도 겪을 테죠.
순위에는 못 들었지만 기억에 남는 만남으로는
아무도 모르는 음침한 밀회 - 청룡& 무휼 이라든가,
텔레포트 한번 시켜주고 미래를 약속 - 추발소 & 무휼, 호동 뭐가 왔다 간 거니?; - 기산의 주작 & 세류
두 얼굴의 그녀 - 천녀 가희 & 괴유 등등이 있었답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니 이제 헤어짐 얘기를 해볼까요?
아련한 여운, 잊을 수 없는 헤어짐 Best 3.
모처럼 순위를 매겼으니 1위를 나중에 발표하는 스릴도 한 번 연출해봅니다.
바람의 나라 속 헤어짐, 그 best 3위부터~
3. 무휼 & 연이
" 네가 있으니 난 마음놓고 다칠 거야..."
이 헤어짐은...
오늘날(23권쯤)에 이르러 피도 눈물도 없는,
로맨스와는 천만광년 떨어진 냉혈중년 마마님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라고 믿음)

연이가 그렇게 떠나는 건 필연이었겠지만,
'떠나지 않았다면 무휼이, 호동이가 그렇게 되진 않았을 것'
이라는 가정을 안 해볼 수 없게 하는
마냥 가슴 아픈 헤어짐.
그러나 그녀가 죽음을 맞지 않았더라도
무휼과 호동의 살은, 비록 시간은 지연되더라도
결국 진행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네, 그녀가 죽어서/또는 살았더라도
어떤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기도 해요.
무휼이 차가운 왕으로서 변해가는 것도,
어쩌면 연이가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을 지도 모르죠.
연이는 그냥, 사라져야 할 캐릭터로서는 가장 행복한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됩니다.
한창 사랑하고 있을 때에 죽어,사랑하는 사람의 가슴 속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무언가로 남았으니까.
2. 혜압 & 해명" 이제 가야 할 시간입니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품었던 큰 뜻과 해야 할 일들 아래
개인적인 사랑을 묻어버렸던 이들은
둘 다 범상한 사람은 못 되었지요.
지켜보는 사람으로선 처절하게 안타깝지만,
그만큼 멋진 분들입니다!
하룻밤 인연으로 떠나 버린 해명의 파리한 시체를 거두어 장사지낸 것도,
그 후 일생을 바쳐 군사를 키우며 때를 기린 것도 오롯이 혜압 혼자만의 몫.
한 여인의 일생, 나아가 다음 세대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까지
잠식해 버린 너무나 짧은 사랑.
해명과의 헤어짐 이후,
혜압은 이전과는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납니다.
(근데 그렇게 휙 가버리실 거면 진작 좀 만나주던가요 ;ㅁ;
왜 하필 죽기 전날 그러십니까 응??)
필연적인 헤어짐, 더 큰 것을 낳기 위한 고통.
한 여인을 변모시키고 한 나라의 운명까지 뒷받침하고자 했던 이 헤어짐이
best 2 !
1. 세류 & 주작" 나의 주작아, 날개를 펴라!"
세류는 바람의 나라에서 두 번의 어려운 만남을 겪는 인물입니다.
첫만남은 기산의 주작과의 만남으로
그녀가 어렸을 적 혼인의 형식으로 그녀에게 왔다가 늙어서 사라져 버린 천인,
그가 간 이후 그녀에겐 신수로서 주작이 깃들게 됩니다.
이 주작은 객체로 존재하는 무휼의 청룡이나 호동의 병아리완 달리
그녀의 속에서 머물며 그녀 자신을 대변하는 존재입니다.
두번째 만남이 바로,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사랑- 괴유와의 만남인데요.
이 지난한 사랑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녀는 자기의 일부-바로 주작을 내어놓게 됩니다.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해보다가 위급할 때에는 목숨을 내놓는
이런 사랑이라니 ㅠㅠ 실은 좀 답답합니다...)
어찌 보면 가장 쉽고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헤어짐을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해 버린 세류.
때로 자신에게 짐이기도 했겠지만,
어려울 때 의지가 되고 동생 곁에 머무를 수 있는 근거가 되었을
자신의 '힘'.
그 힘인 신수의 에너지 전부를
사랑하는 이를 위해 쏟아 보내 버리고 난 후
세류는 일견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보신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주작을 떠나 보낸 후 그녀는 옷차림부터 달라집니다.
더 이상 머리를 종여매고 말달리지 않고, 일반 '여인' 처럼 입고 있죠.
앞으로의 전개에서도 그녀의 활약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고구려의 장수나 신기의 소유자가 아닌 그저 왕의 누이로서, 왕자의 고모로서
고구려 왕실의 풍경에서나 아마 간간히 볼 수 있겠죠.
그러나-
하늘로 비상하는 날개를 잃은 그녀가 그리 불행해 보이진 않습니다.
혜압처럼 헤어짐 이후 이룰 목표를 향해 부단히 달려가지도 않지만,
무휼처럼 '그 사랑은 어릴 때의 사랑'으로만
가둬 두고 어른이라는, 왕이라는 이름 아래 냉정하게 변해가지도 않고,
그녀는 항상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갈 것만 같아요.
어쨌든 그녀는 자기 힘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용했으며
거기에 일말의 후회도 없을 인물입니다.
이제 비로소 오랫동안 품었던 괴유를 마음껏 그리워하면서 살아갈
새 힘을 얻었을 것 같습니다.
자기 뜻대로 살지 못하는 인물들이 가득한 바람의 나라에서
그나마 웃으며 나는 괜찮노라 말할 수 있는 왕녀님이랄까.
만남도 헤어짐도 자기 안에서 이해하며
받아들이고 주도한 그녀는 인간적으로 가장 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세류의 멋진 헤어짐이 그래서 1위입니다^^
그 외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인상적인 헤어짐엔
누나 어디 가? ;ㅁ; - 용& 연이
(연이가 고구려로 시집가지만 않았던들,
용이가 그토록 전쟁터에서 악에 받쳐 싸우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ㅠㅠ)
우리 둘 다 할 일 다했어요 - 괴유 & 세류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바람의 나라에는 참 많은 헤어짐이 있었네요 ;ㅁ;
앞으로 더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쌓여가겠죠.